* 풍경 사진/사진과 글로 너에게...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바둑수업

좋은생각, 2016. 12. 16. 23:55






바둑에 대하여 많이 아시지요?

바둑은 집중력에 좋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계실겁니다

특히 젊은 어머님들에게는 더 많이...

그래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 바둑수업을 하지 않는 초등학교가 없을 정도이니까요

또한 얼마 전에  이세돌 프로기사와 알파고와의 대국 등 TV나 인터넷으로 바둑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바둑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졌답니다

이번에는 제가 중학교 아이들과의 수업를 하는 바둑과 자유학기제에 대하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여년을 바둑,체스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근처의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바둑 수업에 선생님으로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답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자유학기제 선생님으로서 이틀 동안 2시간씩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바둑으로 중학교 아이들과의 새로운 만남,

그리고 10여년 전 중학교 체스수업을 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학교에서의 수업 등을 생각해 보고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강사 채용에 지원을 했고 최종 합격자가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 수업,

교단에 섰을 때 모든 아이들에게 첫 인사로 “사랑합니다!” 라는 인사말을 들으니

기분이 새롭고 참 좋더군요
바둑학원의 어린 유치원 아이들에게나 들었던 말인데...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이 아이들에게 짧은 기간이지만

즐겁게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거 있죠
그렇게 첫 수업부터 기분이 좋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공부하게 되고...













자유학기제가 어떤 내용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 ·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개설하고,
주도적인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오전에는 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기술·가정, 도덕 등 교과수업이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주로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 활동 등 자유학기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교단에서의 가르침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오랫동안 바둑을 배웠던 아이,

이전에 바둑을 배웠지만 학교수업 때문에 다 알지 못하고 포기한 아이,

작년 ‘응답하라 1988’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TV드라마나

올해 이세돌 프로기사와 알파고와의 대국 등을 보고  호기심으로 처음 바둑을 접하는 아이들이기에

한번에 많은 내용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정규 과목으로도 충분히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바둑수업마저도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이 되면 안 될 것 같아

‘단수’, ‘축’ ‘장문’ 등 기본 전술이나 용어도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했지요

또 친구들과 바둑을 둘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가르치곤 했는데 아이들은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아이들과의 수업이 기다려지게 되더군요


처음으로 바둑지식을 접하게 된 아이들이 처음엔 어려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이내 이해하고

실제 대국에 응용도 하면서 점차 바둑 자체를 즐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대견하기도 하고...

아마도 친구들과 함께 대국을 하면서 생기는 승부욕도 있지만 바둑이란 매개체로

더욱 돈독해지는 우애가 싹트는 것을 자신들이 느꼈기 때문이라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수업을 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아이들과 대국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에

가장 잘 두는 아이와 대국도 했는데, 쉬는 시간까지 이어진 승부에 많은 아이들이 가까이서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다 같이 대국의 숨결을 느끼고 대국 후 서로 복기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제가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뿌듯했고 바둑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도

더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교장선생님과 대국을 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들르셔서 아이들에게 지도 대국을 두어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또 하루는 수업시간에 ‘바둑이 나에게’란 주제로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친구들 앞에서 재미있게 발표하는 아이들도 있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또 한 번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생겼습니다.
한 아이의 글을 소개하자면
‘나는 바둑이 좋다’
‘나는 오목이 좋다’
‘나는 자유학기제가 좋다’
‘나는 이 자리가 좋다’
무성의한 듯 보이지만 참 멋지게 발표하고 글을 써주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요즘 학원 아이들을 보면서 갈수록 자기만 알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경심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은 본인들이 더 성숙해지는 인격을 갖추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기에

 선생님으로서 이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이번 자유학기제를 통해 또 한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유학기제 수업이 곧 있으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그 전에 아이들이 저와 함께 한 수업과

즐거웠던 시간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한 명씩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답니다







멋진 학생들이 많아 사진도 잘 나왔고 학생들도 만족스러웠는지

액자를 받고 기뻐하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는 30여명에게 10여만원을 투자했지만 아이들이 오랫동안 사진 액자를 간직할 거라 보고

또 간직하면서 바둑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고 바래도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아이들이기에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는 없었지만

자유학기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겐 뜻 깊은 경험이었고, 바둑을 통해 아이들이 집중력, 사고력, 그리고 인성을 키우는 데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자유학기제가 많이 생겨서 아이들이 틀 안의 교육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예술과 체육 등 여러 분야의 교육을 접해보고 본인의 끼를 발휘하는 장이 된다면

학교는 아이들에게 더 값진 교육을 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멋지게 활동하면서 건강하게 커주렴.
그리고 인터넷 게임을 하기보단 바둑을 두는 시간도 가지면서 생활하면 좋겠고

자유학기제와 선생님을 가끔씩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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